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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4호 여는글 - 평등으로 함께 가는 여정 - 모두를 위한 박물관

작성자
식민지역사박물관
작성일
2020-08-07 18:20
조회
241

박물관은 요즘 <차별과 혐오의 역사 넘어서기> 강좌를 진행하며 박물관으로서 어떻게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여 연대에 동참할 수 있을지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차별에 대한 지적 역량과 감수성을 키웠을 진 몰라도 스스로가 어떤 차별을 하고 있었는지는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박물관이 알게 모르게 저지르고 있던 차별을 일깨워준 한 사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최근 한 장애인 기관에서 박물관 관람 예약을 해주셨습니다. ‘당신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추기 위해 방문 전 안내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이 방문한다 하시어 박물관은 엘리베이터와 휠체어용 경사로 안전 문턱이 있고, 이전에도 장애인분들을 맞아본 경험이 있다며 박물관에서 더 준비할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한 후 통화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예약 당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러 명의 장애인 분들이 오셨고, 순식간에 자신감은 당혹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장애인 편의시설이 얼마나 갖추어져 있는지, 예를 들면, 8배율 확대경이 있는지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지, 점자 안내, 오디오 가이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있는지 등등을 물으셨습니다. ‘없습니다.’ 그 말만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질문을 던진 후 방문자들은 가지고 온 ‘배리어 프리’* 평가표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여 갖가지 불편을 쏟아내셨습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장애인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


예고 없이 날아든 쓴 소리에 순간적으로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국공립박물관과 비교할 때는 억울함 비슷한 감정까지 더해져 변명, 아니 항변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오랜 시간 동안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어렵게 건립한 곳이며, 건물을 짓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예산에 맞추어 구입한 건물에 입주했지만 이마저도 은행 대출을 받아 어렵게 마련했으며, 당연히 장애인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들을 고민하였지만, 재원의 한계로 실현할 수 없었다고 말입니다.


장애인분들과 함께 오신 담당자에게 들으니 이들의 방문 목적은 박물관을 이용할 때 장애인이 미리 알아두어야 할 점을 조사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가이드북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하였습니다. 조사한 내용을 공유해주겠다고 하니 저희도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하고 보완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불시에 감시를 당한 듯한 당혹감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상기되어 붉어진 얼굴, 불편하고 두근대던 마음도 잠시 장애인 방문객들 돌아가자마자 안내를 맡았던 필자는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느꼈을 불편은 비장애인인 저로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더러 감히 상상도 못할 불편일 것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너무나 당연하다시피 비장애인 특권층의 시야로만 마련된 이기적인 시설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막았을 것입니다. 그들로서는 매일 마주했던 구조적 차별이며, 켜켜이 쌓이고 응어리져 터져 나온 울분이었을 겁니다. 그 목소리는 단순히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제기하는 컴플레인과 비교하면 안 되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의 가슴을 치는 호소였습니다.


머리를 한 방 크게 얻어맞은 듯, 그 울림이 메아리쳐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차별주의자입니까?’ 박물관은 스스로 선량하다고 믿으며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었던 소위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던 것 같습니다. “새장 속의 새는 새장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던 차별의 구조를 우리는 엄연히 품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은 이 귀중한 경험을 계기로 하여 감히 할 수 없다고 미뤄두었던 숙제를 해보려 합니다. 이름을 붙여보자면 감히 ‘모두를 위한 박물관’입니다. 머리로만 생각해왔던 전시해설 오디오 가이드를 시작으로, 실내 유도 블록, 화면해설 자막, 몸이 불편해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전시체험 등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비록 재원과 공간의 한계를 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실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아무리 잘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차별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기에 한 걸음 떨어져서 박물관을 지켜보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박물관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면 늘 성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나누어주십시오. 또 박물관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차별의 벽을 넘기 버거울 때 여러분의 힘도 함께 보태주십시오.


평등으로 함께 가는 여정 가운데 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과 함께 해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김슬기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