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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2호 여는글 - 우리는 박물관을 왜 만들었을까?

작성자
식민지역사박물관
작성일
2020-06-19 16:43
조회
197

우리는 박물관을 왜 만들었을까?


친일인명사전, 박물관이 되다

올해는 경술국치 110년을 맞는 해입니다. 경술국치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8월 29일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도 벌써 2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물관 건립 구상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설립 15주년을 맞았던 민족문제연구소는 경술국치 100년인 2010년에 ‘일제강점기 민중생활역사관’을 세우자는 꿈을 품었습니다. 다음 해 2월 건립준비위를 출범하며 4년 만에 개관하겠다고 ‘선포’했으니 참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당시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몰두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사전을 만들면서 수집한 방대한 일제 식민 통치 사료들은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이자 식민지 피해의 기록이었습니다. 사전이 우리 사회에 상식과 정의를 세우는 운동이었다면, 박물관은 이렇게 기록된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전승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실천이었습니다. 친일파들이 지우고 부정하고 싶은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민중이 겪은 ‘진짜’ 식민지의 삶을 박물관에 담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역사정의를 실천하는 시민의 힘으로

그러나 무모함은 곧 절박함으로 바뀌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일제 식민 통치를 노골적으로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진한 과거사청산 작업은 훼손되거나 중단되었고, 급기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위험한’ 교과서가 등장했습니다. 거리에는 시민의 손으로 끌어내린 독재자의 동상이 다시 세워지고 기념관이 만들어졌고요. 박근혜 정권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까지 추진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되찾겠다는 보수정권의 역사공작은 그야말로 전방위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역사전쟁은 일본에서 먼저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강제동원‧강제노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했습니다. 역사교과서 왜곡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했습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유슈칸이라는 전시관이 있는데, 화려한 전시를 통해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한 역사 미화 프로젝트에 앞장섰습니다.

한일 양국에서 진행된 국가 주도의 역사 만들기에 시민들은 다양한 역사쓰기의 주체로서 맞섰습니다. 한일 시민사회가 축적해 온 과거청산의 성과를 파괴하는 아베 정권의 역사훼손에 대해서는 연대운동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기간 치열했던 역사정의 실천운동은 ‘행동하는 박물관’을 만드는 실천적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공감과 연대의 힘, 박물관을 만들다

국치100년인 2010년 한일 시민단체는 식민주의 청산과 평화실현을 위한 한일시민공동선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공동선언에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주의 종식, 식민지 범죄의 진상규명과 광범위한 해결, 피해자의 인권 회복의 과제를 담았습니다. 이 선언은 시민사회가 축적한 과거청산의 성과이자 남은 과제의 해결을 다짐한 새로운 출발이었습니다. 국치100년을 넘어 평화와 인권100년을 열자는 포부이면서 구체적인 실천을 촉구하는 계기였습니다.

그 실천의 하나로 2011년부터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한일 과거사청산 운동의 거점이 될 박물관 건립에 한일 시민은 새로운 연대운동을 시작했고, 8년의 노력 끝에 지난 2018년 드디어 박물관을 개관했습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식민지’를 둘러싼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시민의 힘으로 추진해 온 과거청산의 역사도 제대로 기억하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일제 식민 지배를 둘러싼 기억과 성찰의 공간을 한일 시민이 함께 만들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한일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서도 역할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만이 지금 횡행하는 역사부정론을 극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박물관, 놀면 뭐하니?

코로나19 때문에 박물관들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식민지역사박물관은 다시 북적일 전시관, 유리장에 찍힐 손자국들을 즐겁게 상상하며 오늘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물관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예약제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직접 오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박물관은 뭐하니?’라는 유튜브 영상도 업로드 하고 있으니 즐겁게 봐 주세요.

경술국치 110년을 맞아 조선동아100년, 오욕의 역사를 되짚는 특별전도 8월 개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세계의 반제국주의 연대운동에도 관심이 쏠리는 요즘 여름 시민강좌로 “차별과 혐오의 역사 넘어서기”를 준비했습니다.

당분간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꾸준히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박물관을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